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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

문화

by 구민신문 2023. 4. 2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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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阿修羅場)

 

어수선하고 난장판인 상황을 아수라장이라 한다. 원래 의미는 피비린내 나는 아수라의 싸움터로 아수라(阿修羅)는 범어(梵語) 즉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 asura의 음역(音譯)이다. 약칭 수라(修羅)라고도 하며, 중국에서는 아소라(阿素羅), 아수륜(阿須侖)이라고도 쓰기도 한다.

아수라장은 싸움 따위로 혼잡하고 어지러운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아수라들이 모여 놀고 있는 모습이 엉망진창이고 시끄럽고 파괴적이라는 것이다. 아수라장과 유사한 말로 아비지옥(阿鼻地獄)과 규환지옥(叫喚地獄)의 합성어로 여러 사람이 비참한 지경에 처하여 고통에서 헤어나려고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침을 것을 형용한 아비규환(阿鼻叫喚)이 있다. 또한 혼란을 나타내는 말로 부처님 살아 생전에 법문(法文)을 잘 듣고자 앞 다투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자 애쓴다는 난리법석(亂離法席)이 있다. 좁은 장소에 수용이 불가능한 많은 사람을 초청하여 설법(說法)을 하자니 질서가 잡히지 않고 어수선한 분위기의 시끌벅적함을 비유하는 야단법석(野壇法席)도 있다.

범어(梵語·산스크리트어)에서 아수라(阿修羅)추악하다.’라는 뜻을 가진 괴물이다. 그는 수미산(須彌山) 아래 거대한 바다 밑에 살며 수억만 리나 되는 크기에다 수백억 년이나 장수하는 귀신이다. 모습도 흉측하기 그지없어 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섯 개다. 원래 그는 착한 신이었는데, 후에 하늘과 싸우면서 악신이 되었다고 한다. 싸우기를 좋아하였는데, 그의 호전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보면 비슈누신의 원반에 맞아 많은 피를 흘린 아수라들이 다시 칼, 곤봉, 창으로 공격을 당해 피에 물든 그들의 시체가 마치 산처럼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나 처참한 광경을 일컬어 아수라장이라 부르는 것은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그는 정의의 상징인 하늘과 싸우기도 한다. 이 때 하늘이 이기면 풍요와 평화가, 아수라가 이기면 빈곤과 재앙이 온다고 한다.

그 승패를 갈라놓은 것은 인간들이다. 곧 인간이 선행을 해 이 세상의 정의가 널리 행해지면 하늘의 힘이 강해져 이기게 되지만 반대로 못된 짓이나 하고 불의가 만연해 있으면 아수라의 힘이 세져 하늘이 지게 된다. 아수라를 물리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이 선행을 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이룰 때 악의 상징인 아수라는 발을 못 붙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피비린내 나는 아수라장도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난장판(亂場)

 

여러 사람이 어지럽게 뒤섞여 무질서하고 혼란한 모습을 난장판이라 한다, 이 말은 난장(亂場)에서 나왔다. ()어지럽다.’란 뜻이고, ()은 장소를 의미한다.

옛날 관리로 등용되기 위해서 반드시 과거 시험을 거쳐야 했다. 그래서 과거를 볼 때가 되면 오로지 급제를 위해 수년 동안 공부를 한 양반집 자제들이 전국 각지에서 시험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렇듯 수많은 선비들이 모여들어 질서 없이 들끓고 떠들어대던 과거(科擧) 마당을 난장(亂場)이라고 했다. 많은 응시생과 응원하는 사람들이 떠들거나 뒤엉켜 뒤죽박죽이 되었던 모습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시험을 보러 온 선비들은 서로 시제(試題)가 잘 보이는 좋은 자리나 감독관의 눈을 피하기 쉬운 자리를 차지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시비가 붙어 서로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난장(亂場)이었던 셈이다. 과거(科擧) 시험장의 난장에 빗대어 뒤죽박죽 얽혀서 정신없이 된 상태나 모습을 난장판이라고 하게 된 것이다.

한편 난장(亂場)은 정기적인 5일 시장과 달리, 허가 받지 않은 행상인들인 난전상(亂廛商)들이 수시로 모여 어수선하게 벌인 난전(亂廛) 시장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난장판을 개판이라고도 하는데, 개판의 개는 동물 개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씨름 용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씨름 경기 중 두 선수가 같이 넘어지면 서로 자기가 이겼다고 옥신각신하며 다투게 되는 것에서 유래된 말로, 이 경우 경기를 새로 하라고 하여 고칠 개()’를 써서 개판()’으로 쓰게 되었다.

개판 5분전이라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이 말이 나오게 된 연유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 들끓었던 부산 등지에서 밥을 배급하기 전에 미리 ()을 예고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개판 5분 전이란 말은 밥 배급 5분 전이란 의미인데, 이때부터 밥을 배급받으려는 많은 사람들이 먼저 받으려고 무질서해서 붙여진 말이라고 한다.

한때 우리나라도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 서로 자신이 먼저 이득을 보려고 질서를 지키지 않은 난장판이 허다했다. 1960년 서울역에서 귀성 열차를 먼저 타려고 마구잡이로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넘어지며 31명이 압사(壓死) 사망하였으며, 1975년 용산역 계단에서도 4명 사망 압사 사고가 있었다.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의 시민 의식이 발달 성숙하여 무질서한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질서 의식이라는 도덕성은 세계에서 으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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