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 /숙맥(菽麥)

문화

by 구민신문 2023. 6. 20. 09:48

본문

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 /숙맥(菽麥)

 

숙맥(菽麥)의 한자 숙()은 콩, 구체적으로는 콩의 어린 잎을 뜻한다. ‘맑을 숙()’은 의미는 없고 발음만 빌려서 실제 뜻은 초()에 있다. 따라서 숙()은 콩의 어린 잎을 뜻하나 넓은 뜻으로 콩으로 보면 무방하다. ()은 보리를 의미한다. 호프(hop)를 넣어 맛과 향을 더한 맥주(麥酒)에서 맥()보리 맥()’ 자이다.

숙맥은 숙맥불변(菽麥不辨)의 준말이다. 숙맥불변(菽麥不辨)은 중국 문헌 좌전(左傳)에 처음 표현되었다. 춘추시대 진()나라 왕 도공(棹公)에게 형이 있었는데,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우둔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숙맥(菽麥)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의미의 숙맥불변(菽麥不辨)이라는 말이 생겼고, 현재는 숙맥으로 줄여 사용하고 있다.

숙맥은 방언으로 쑥맥, 숙막이라고도 부른다.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바보나 다름없다. 따라서 숙맥은 사리분별을 못하는 바보 또는 어리석음을 빗될 때 사용하기도 하지만 친한 사이에 애교 있는 핀잔을 줄 때도 숙맥이란 말을 쓴다.

숙맥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어휘로 어로불변(魚魯不辨)이 있다. 이 말의 뜻 역시 사람이 아둔하여 고기 어()’라는 글자와 미련할 로()’라는 글자를 구별하지 못 한다는 데서 유래된 것이다.

곡식에 제비 같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제비는 벌레만 잡아먹지 곡식을 안 먹는데서 유래했다. 청렴하고 현명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과일, 채소, 곡식은 분명 다르다. 변별(辨別)할 수 있고 구별하기 쉽다. 경우가 어떻든 변별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실수가 없다.

친구의 찌푸린 얼굴을 보느니 바보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낫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이 말은 비록 다정한 친구라도 잔뜩 찌푸린 얼굴을 보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라는 말이며, 우리가 숙맥(菽麥)이라고 부르는 바보는 사리 분별은 못하지만 순진한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다. 현명한 자도 바보에게서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프랑스 속담도 있다. 문명의 발달로 사람들은 점점 더 영리하지만 영악해 지고 있다. 우리는 사람 냄새 나는 순진무구한 그런 사람을 찾고 싶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