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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 /비교(比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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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민신문 2024. 2. 2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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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 /비교(比較)

 

둘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 차이점, 일반 법칙 따위를 고찰하는 일을 비교(比較)라 한다.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대상을 따져보고 다른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느 쪽이 더 나은지를 비교하여 판단해야 한다.

견줄 교()’는 원래 수레()의 부속품을 뜻했으나 후에 수레에 올라타는 사람이 사용했던 손잡이를 의미했다. 구리로 만든 수레의 손잡이를 동교(銅較)라고 하는데, 중국의 옛 무덤에서 많이 발굴되었다. 수레에 장식하는 한자로 식()이라는 글자도 있다. 이는 수레 덮개라는 뜻이다.

수레는 고대 중국에서 자주 사용하던 교통 수단이었다. 때로는 전쟁터에서 쓰이기도 했지만, 평상시에는 물건을 싣거나 사람이 타는 역할을 했다. 요즘도 명품 차로 자신을 과신하는 사람이 있듯이 옛날 중국인들도 수레에 신분 과시용의 장치를 둘렀다. 그것이 수레의 손잡이였던 교(). 당시 중국은 엄격하게 신분과 계급을 나누었다. 수레에 올리는 손잡이[]의 수량과 모양도 그 신분과 계급에 따라 달랐다. 하층 귀족인 사()의 경우 수레 위에 한 개의 손잡이만 올릴 수 있었다. 상층 귀족인 공경대부(公卿大夫)는 두 개의 손잡이 설치가 가능했다. 한 때는 그 손잡이에 문관(文官)의 경우 푸른색, 무관(武官)은 붉은색 장식을 했다고 한다.

황금으로 만든 손잡이는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었고, 시대에 따라 지위가 높은 관리들은 사슴 모양, 또는 사슴뿔로 만든 손잡이를 썼다는 기록이 나온다. 수레에 부착한 손잡이만을 보아도 그 사람이 대강 어떤 신분인지 판가름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비교(比較)이다. 비교의 원래 의미는 수레의 손잡이를 살펴 견주어 누가 신분이 우위인지 가늠해 보는 것이라 하겠다.

사자성어 오유지족(吾唯知足)이 있다. ‘나 스스로 오직 만족함을 안다.’라는 말이다. 남과 비교(比較)하지 않고 부질없는 욕심을 버리고, 오직 자신에 대해 만족하는 삶을 추구하는 자세이다. 석가모니(釋迦牟尼)는 열반(涅槃)에 들기 전 제자들에게 마지막 가르침의 유언을 남겼다. “()함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해도 가난하고, 족함을 아는 사람은 가난해도 부유하다[不知足者 雖富貧 知足知人 雖貧而富].” 나의 비교(比較)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지금 만족한 삶을 살고 있는가? 자문(自問)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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