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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 /언론(言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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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민신문 2023. 12. 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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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 /언론(言論)

 

한자어 중 같은 뜻을 지닌 두 글자로 된 단어를 보면 애매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봐도 똑같은 뜻의 글자를 중복시켜서 단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자(文字), 치아(齒牙), 도로(道路), 해양(海洋), 언어(言語) . 하지만 두 글자는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언어(言語)도 그런 부류의 단어 중 하나다. 둘 다 을 뜻하는 것 같은데 구별하라면 쉽지 않다.

물론 차이는 있다. 공자(孔子)의 어록(語錄)논어(論語))식불어, 침불언(食不語, 寢不言)’이라는 말이 있다. 식사나 잠자리에 들면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인데 여기서 보면 둘이 하는 말은 어(), 혼자서 하는 잠꼬대 같은 말은 언()이 된다. 곧 대화는 어(), 혼잣말은 언()인 것이다.

종이가 나오기 전 춘추 전국시대 많은 사상가들이 문장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내기 위해서는 죽간(竹簡)을 차례대로 일정하게 배열해야 했다. 그래서 륜()은 순서라는 뜻도 있다. 그렇다면 논()은 순서와 조리를 갖추고 있는 말[]이 된다. 참고로 실로 순서 있게 짠 것이 굵은 실을 뜻하는 륜(), ()에 순서 있게 달려있는 것이 바퀴를 뜻하는 륜()이다. 물론 사람과 사람 간의 순서는 윤()이 된다.

언론(言論)이라는 말은 중국 전한(前漢) 시대 백과사전 회남자(淮南子)에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2,000년은 족히 되는 말이다. 그러나 당시의 의미는 대체로 말이나 의견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현대적 의미의 언론(言論), 즉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은 대체로 17세기 중엽 영국의 국민 협정을 그 효시(嚆矢)로 보는 견해가 있으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주장되었는데 그나마 국민적 기본권의 하나로 자리 잡은 지는 그 후의 일이다. 물론 여기에는 투쟁과 노력이 따랐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정치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지만 허용 범위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도 헌법에서 보장하고는 있지만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도 제한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요즘 인터넷 언론이 우리 사회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인터넷 언론은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도 많아 우리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 언론의 자정(自淨)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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