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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 /백중세(伯仲勢)

문화

by 구민신문 2023. 6. 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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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 /백중세(伯仲勢)

 

백중세(伯仲勢)는 실력이나 세력이 비슷하여 우열을 가릴 수 없음을 뜻한다. 성리학이 지배했던 조선시대에 양반의 자제들은 남자가 20세가 되면 관례(冠禮)를 행하고 ()’를 내렸다. 관혼상제(冠婚喪祭) 통과의례 단계 중 관례가 처음인 셈이다. 양반집 자제들은 어릴 때 댕기 머리를 하다가 성인이 되는 20세에 긴 머리를 자르고 남은 머리카락을 말아 올려 상투를 튼다. 상투를 트는 이유는 갓을 쓰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갓을 쓰는 의식이라 하여 관례(冠禮)라 한다. ()은 갓을 의미한다. 사극에서 양반들이 쓰고 다니는 갓을 보았을 것이다. 여자는 머리를 뒤로 말아 올려 비녀를 꼽는 의식을 치루었는데, 이를 계례(笄禮)라고 한다.

관례를 치르면 자()를 만드는데, 어릴 때 부르던 아명(兒名)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 자()를 사용한다. () 두세 자로 만들었는데 서열을 딴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백중숙계(伯仲叔季)가 그것으로 첫째가 백(), 둘째가 중(), 세째가 숙(), 넷째가 계()였다. 그래서 자()를 보면 그 사람의 항렬(行列)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자(孔子)의 자()는 중니(仲尼)이므로 둘째 아들이며, 충절로 유명한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각각 첫째와 세째임을 알 수 있다. 후에는 넷까지 구별하기 번잡스러워 그냥 큰 사람을 백(), 작은 사람을 숙()이라고만 불렀다. 그래서 큰아버지를 백부(伯父), 작은 아버지를 숙부(叔父)라고 부른다.

백중(伯仲)이라면 첫째와 둘째를 가리킨다. 옛날에 형제가 많다보니 형제간에 나이 차이도 크게 되지만 아무래도 첫째와 둘째는 엇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또 나이 50이 넘으면 형제간의 구별은 더욱 애매(曖昧)하게 된다. 그래서 난형난제(難兄難弟)란 말도 나오게 되었다. 따라서 백중(伯仲) 또는 백중세(伯仲勢)라면 맏이와 둘째의 구별이 거의 없는 것과 같이 세력이 엇비슷한 경우를 가리킨다.

사회는 선의의 경쟁이 있어야 발전한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도태(淘汰)된다. 과도한 경쟁은 갈등을 유발하여 사회를 분열시킨다. 기업과 기업, 정당과 정당, 언론과 언론, 학교와 학교의 선의의 경쟁이 백중세(伯仲勢)가 되어야 그 사회는 에너지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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