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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1]낭패(狼狽)

문화

by 구민신문 2023. 2. 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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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1]

 

낭패(狼狽)

 

계획했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을 낭패(狼狽)라 한다. 낭패는 중국 전설 속에 나오는 동물의 이름이다. ()은 뒷다리 두 개가 아주 짧은 동물이고, ()는 앞다리 두 개가 아예 없거나 짧다. 이 둘은 항상 같이 다녀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 꾀가 부족한 대신 용맹한 낭(), 꾀가 있는 대신 겁쟁이인 패()가 호흡이 잘 맞을 때는 괜찮다가도 서로 다투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만저만 문제가 큰 것이 아니다. 이같이 낭()과 패()가 서로 떨어져서 아무 일도 못하게 되는 경우를 낭패(狼狽)라 한다.

이리(wolf) ()’이나 이리(wolf) ()’에도 ()’변이 들어가니 사람의 관점에서 좋지 않은 동물에 대해 이 같은 부수를 붙여 글자를 만들었다. 이리란 동물은 어찌나 사악(邪惡)하고 교활(狡猾)한지 여우를 뺨칠 정도라고 한다.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같이 있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없을 때 쓰는 말로 부족한 것이 있을 때 서로서로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 서로의 특성과 이해를 존중하여야겠다. 서로 협동하고 뜻을 같이해야 하는데, 서로 생각이 다르고 마음이 바뀌거나 한 쪽이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기라도 한다면 꼼짝 못 하고 둘 다 굶어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친구와 형제간에도 서로가 낭()과 패()라는 생각으로 합심(合心)하고 화합하면서 지내야 할 것이다. 나라를 통치하는 자와 국민들이 서로 생각이 다르다면 어찌 되겠는가? 쓸 데 없는 고집은 나라와 백성을 망칠 수도 있다.

작학관보(雀學鶴步)란 말이 있다. ‘참새가 황새의 걸음걸이를 배우다.’란 뜻으로 무리하게 남 따라 하다가 낭패(狼狽)를 본다는 뜻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우리 속담과 같다. 자신의 능력이 안 되는 데도 억지로 남을 따라 하다가는 큰 피해를 보니 자기 분수를 지키라는 가르침으로 지나친 욕심은 불행을 가져온다는 뜻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 능력에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처지에 맞게 사는 것이 바로 분수를 지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갈잎을 먹으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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