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청와대를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
예전에 '미수다'에 나왔던 미녀들에게 대통령이 사는 곳을 뭐라고 부르냐고 물었더니
사유리가 '노무현씨 집'이라고 해서 모두다 폭소를 터뜨렸던 기억이 있다.
외국인 미녀 사유리에겐 이제 '이명박씨 집'이 되어버린 청와대를 가보기로 했다.
청와대는 매주 화~금요일(5월부터는 매주 토요일도 된다)
인터넷으로 10일 전에 사전 예약한 사람은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데
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근처에 갔기 때문에 내부 관람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청와대 앞길을 한 바퀴 돌아 산책해 보기로 마음 먹고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비가 오려는 듯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어 사진 찍기에 적합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러면 어떠하리....촌 아지매의 오랜만의 삼청동 나들이인 것을....
한창 공사중인 광화문을 돌아서 경복궁 오른 쪽 담장을 끼고
건춘문과 국립 민속 박물관 입구를 지나 잠시 걸으면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진선 북 카페를 끼고 오른 쪽으로 나 있는 길은 총리 공관과 삼청 공원,삼청각으로 가는 길이고
정면으로 경찰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는 심상치 않은 길을 만나게 되는데 이 길이 바로 청와대로 가는 길이다.
보통 때 같으면 자연스럽게 갤러리가 늘어선 오른 쪽의 길로 들어서게 되겠지만
시간의 여유가 넉넉한 오늘은 청와대 앞길을 한 바퀴 돌아 총리 공관 옆길로 나오는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로 했다.
의경들이 군데 군데 서 있어서 치안 하나는 끝내주니 혼자 걸어도 무서울 게 없는 길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들에도 새싹이 돋고 벚꽃도 피어 있는 아름다운 길.
이 길로 들어서는 차량은 일단 다 검문을 받는다.
선량한 시민인 나는 전혀 검문 받을 일이 없으므로 느긋이 걸어서 올라가다 뒤를 보고 한 컷 찍었다.
왼 쪽 길은 경복궁 담장, 오른 쪽 길은 비교적 오래 된 일반 가옥들이다.
청와대 입구의 하나인 팔판동 삼거리가 나타난다.
춘추관 담장 옆에 주차되어 있는 많은 방송사 차량들이 맨처음 눈길을 끌었다.
춘추관은 청와대의 프레스 센터인데 고려 시대 정사의 기록을 맡아오던 관청 '춘추관'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경계는 무지 삼엄하다.
교통 서시는 경찰 분의 면전에 드리워진 차양 시설에서 자그마한 배려가 느껴진다.
청와대 앞길로 들어서니 군데 군데에 정복 경찰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데
혹시나 카메라를 든 나에게 찍힐까봐 얼굴을 돌리고 도망가는 여경의 모습이 귀엽게 보였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는 길에 벚꽃잎들이 떨어져 핑크 카페트가 되었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으며' 혼자 걷는 길은 즐겁기만 하다.
활짝 피어 드리워진 벚꽃이 춘추관의 맞배 지붕과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효자동 삼거리 쪽에서 걸어오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이 참 정겨워 보인다.
걷다 보니 어느 덧 청와대 본관 입구까지 오게 되었다.
뉴스에서 워낙 많이 보았던 풍경인지라 낯설지 않고 도리어 친근한 느낌을 주었고
장엄한 북악산을 뒤로 하고 양지바른 곳에 앉아 있는 건물의 당당한 모습은
풍수지리설을 전혀 믿지 않는 나로써도 예사롭지 않은 명당 자리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이 건물은 정부와 국가를 대표하는 우리의 얼굴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에
전통 목구조와 궁궐 건축양식을 기본으로 했고 내부구조는 현대적인 감각과 시설을 갖추었다고 한다.
지붕에는 우리나라 건축 양식 중 가장 격조높고 아름답다는 팔작지붕을 올리고 한식 청기와를 이었는데
약 15만장이 나 되는 청기와는 일반 도자기를 굽듯이 한개 한개 구워 내어 100년 이상을 견딜 수 있는 강도를 지녔다.
정문에 붙어진 대통령 문장이 선명하게 보였고 잘 생긴 경비 경찰들은 아주 뽀대나게 버티고 서 있었다.
청와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 찍는 가족들의 모습이 매우 평화롭게 보인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경복궁의 신무문에서 나와서 청와대 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청와대 본관 건물과 바로 마주 보고 있는 신무문은 경복궁의 북쪽 문으로
신무문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성종 6년(1475)이다.
원래 북쪽문인 신무문 쪽으로는 인적이 드물었으나 신하들의 공훈을 기록해 놓은 회맹단이 있어
왕이 공신들의 충성을 다짐하는 모임이 있는 회맹제에 참석할 때에는 이 문을 이용하였다.
또 영조 때에는 숙빈 최씨를 모신 육상궁(칠궁)에 참배하기 위하여 경복궁터를 길로 삼았는데 이때 신무문을 자주 이용하였다.
(후궁 들의 위패를 모셔놓은 칠궁은 현재 청와대 구역 안에 있어서 청와대 관람 때에 같이 둘러 볼 수 있다.)
신무문은 건춘문과 규모가 동일하며 현재의 문은 경복궁 중건 시 건립된 것이다.
신무문 안의 천정화이다. 새롭게 복원한 듯 색감이 너무나 선명하였다.
사진을 계속 찍어대는 내가 마음에 안 들었을까.....사복 경찰이 계속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신무문의 정면에 서면 청와대 본관과 북악산이 직통으로 보인다.
효자동 삼거리에서 오던 길을 돌아 다시 팔판동 삼거리 쪽으로 가는 내 앞으로 싸이클이 빠르게 앞질러 간다.
싸이클 순찰 경찰이다.
싸이클 타고 씽씽 달릴 때는 무지 멋진데 내려서 서 있는 앞 모습은 무지 민망스럽다...^^
이 곳은 길 전체가 핑크 카페트이다.
간간이 다니는 사람들도 아주 행복한 표정들이다.
보도와 차도에도 벚꽃이 흩뿌려져 있다.
보도의 틈새 마다 소복 소복 쌓여 있는 벚꽃잎들. 아직도 아름답기만 한데 벌써 땅에 떨어졌구나....
고궁의 담장을 배경으로 한 개나리도 이제 초록 잎이 뾰족뾰족 나오고 있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 가지 않고 총리 공관 옆길로 내려가면서 청와대 옆 담장을 본 모습이다.
청와대 안에 벚꽃이 한창인데 저 윗길로 올라가면 청와대 안의 벚꽃 사진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으나
건물 위에서 불꽃 같은 눈길로 지키는 경호원들에게 눈총 맞을까봐 포기하고 골목길로 내려갔다.
총리 공관 옆 골목길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서 총리 공관을 바라 본 모습이다.
훤칠하게 잘 생긴 경비 경찰 앞을 지나 삼청동의 갤러리 순례를 다시 나서는 길은 가볍기만 하다.
Acoustic cafe / Long long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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