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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 /잠실(蠶室)

문화

by 구민신문 2023. 8. 2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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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 /잠실(蠶室)

 

잠실(蠶室)은 누에를 치는 방이다. 그런데 잠실(蠶室)에는 끔찍한 뜻도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다섯 가지의 극형[오형(五刑)]이 있었다. 시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이마에 먹[()]을 치는 것과 코를 베는 것, 다리를 자르는 것, 남자의 생식기를 짜르는 것, 목을 베는 참수(斬首)가 그것이다.

그 중 이마에 먹을 치는 것을 경[묵경(黑京)] 이라 했다. ‘경을 칠 놈!’이라는 욕설도 있다. 이마에 먹을 집어넣는 무서운 형벌인데 옛날에는 성형수술이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평생 머리를 들지 못하고 다녀야 했다.

또 하나 남자의 생식기를 자르는 형벌을 궁형(宮刑) 또는 잠실(蠶室)이라고 했다. 사기(事記)의 저자 사마천(司馬遷)은 장군이자 친구였던 이릉(李陵)이 흉노(匈奴)에 항복한 것을 두둔했다 하여 한무제(漢武帝)의 노여움을 사서 궁형(宮刑)을 받았다. 이와는 달리 스스로 거세(去勢)를 자원했던 경우를 자궁(子宮)이라 했으며, 그런 사람을 환관(宦官)으로 삼았다. 우리에게는 내시(內侍)란 말이 더 잘 알려져 있다. 궁형(宮刑)을 받은 자를 환관(宦官)으로 충당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알고 보면 사마천(司馬遷)도 궁형(宦官)을 받은 셈이다. 생식기를 자르는 형()을 궁형(宮刑)이라 하는데, ()자를 쓰는 이유는 대개 거세(去勢)를 당하여 궁()에서 근무하는 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남자의 거세(去勢)를 잠실(蠶室)이라고도 하는 까닭은 궁형(宮刑)을 받은 죄수(罪囚)를 수용했던 감옥을 잠실(蠶室)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갓 궁형(宮刑)에 처해진 남자는 바람을 몹시 싫어하고 두려워했기 때문에 마치 잠실(蠶室)처럼 따뜻하게 불을 땐 감옥에다 수용했던 데서 유래한다.

요즘 세대에게는 생소하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농가(農家)에서 흔히 방한켠에 누에를 쳤다. 누에는 뽕잎을 먹고 사는데 농촌에 뽕밭이 흔했던 것은 당연했다. 누에는 고치를 만들며, 누에 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내었다. 필자가 어렸을 적 현재 잠실(蠶室)지역은 온통 뽕 밭이었다. 그래서 잠실(蠶室)이란 지명이 붙여졌는데, 지금은 뽕 밭이 온데 간데 없고 다닥다닥한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마치 누에처럼 살아가고 있다. 세상사가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의 변천이 심하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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