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익의 문화로 보는 우리말 좌천(左遷)
전보다 못한 자리로 쫓겨나거나 지위가 낮아지는 것을 좌천(左遷)이라 한다.좌천(左遷)의 원래 뜻은 ‘왼쪽으로 옮기는 것’이다. 천(遷)은 ‘위치를 바꾸다. 옮기다.’의 의미가 있다. 도읍지를 옮기는 천도(遷都), 잘못을 고쳐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을 개과천선(改過遷善)이라고 한다. 그런데 좌천이란 말을 전보다 못한 자리로 쫓겨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사용한다.
좌천(左遷)이라는 말은 관리들이 시립(侍立)했던 위치에서 비롯되었다. 옛날 조정에서 고위 관리는 오른쪽에 위치한 반면, 하급 관리들은 왼쪽에 시립하도록 했다. 따라서 좌천이라면 시립의 위치를 좌측으로 옮긴다는 뜻이며, 상하로 보면 강등(降等)되는 것이므로 좋은 뜻일 리 없다.
좌천의 반대는 영전(榮轉)이라 하는데 우천(右遷)이라고 표현하여야 하지 않는가? 우천(右遷)이란 말은 없다. 왼손잡이, 여류작가, 처녀작이라는 말은 있어도 그 반대말은 안 쓰거나 아예 없다. 동양 사람들의 좌우(左右) 관념을 이해하면 재미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오른손잡이이기에 그런 명칭을 붙이지 않고, 왼손잡이는 특수한 경우라서 그런 명칭을 쓴다. 왼쪽 또는 왼손은 불편, 방해, 비천, 사악의 의미를 간주하였다. 이런 생각은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있어 오른 손을 신성시하는 관습이 있다. 좌파(左派)는 예부터 나쁜 부류를 지칭할 때 사용하던 말이다. 반면 오른쪽 또는 오른손은 편리, 도움, 존귀(尊貴), 정도(正道)의 의미로 해석하였다. 그래서 옛날 정도(正道)를 우도(右道), 학문을 숭상하고 진흥시키는 것을 우문(右文)이라고 했다.
이런 좌우(左右) 관념은 실제 행위나 예법에도 나타났다. 광화문(光化門)에는 세 개의 문이 있는데 그중 가운데 문은 왕의 전용이었으며, 우측 문은 양반이나 관리, 좌측 문은 중인(中人) 이하가 출입하도록 했다. 종로 거리도 양반은 우측을 이용하고, 천민은 좌측을 통행하게 했다.
도로 등 혼잡한 장소에서 우측통행을 해야 서로가 편리하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좌측통행을 바른 통행이라 보았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자동차가 들어왔는데, 일본의 자동차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좌측통행을 해야 운전사나 보행자가 시야 확보가 잘되어 좌측통행을 바른 통행이라 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차량 운전석은 왼쪽에 있어 도로 오른쪽으로 보행해야 서로가 안전하다. 우리 모두는 전부 존귀(尊貴)한 존재들이기에 마땅히 우측통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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